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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음악..

Peter Cetera - One Good Woman (1988, Album "One More Story")

 

데이빗 핫셀호프라는 사람이 있었다. 미국의 매우다.

어렸을적 "전격Z작전" 이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인공지능 "키트"라는 차를 몰고 다니면서 악을 응징하는 역할을 하던 사람이다. 키도 크고, 멋있는 사람이었다.

최근에 싸이가 뭔 비디오 상을 받았는데, 거기에 발표자 내지는 수상자로 등장하는걸 TV를 통해 본적이 있다.

 

이 사람이 등장하는 TV 시리즈물중에 문제(?) 작품이 있다.

 

원제목 "Baywatch".. 우리나라 TV에서는 "SOS 해상구조대" 라는 이름으로 내가 고등학교때 한참보던 TV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나한테 있어서 한 가수를 독립(?) 시킨 계기가 되었던 드라마다.

 

우선 드라마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자면, 처음 이 드라마가 내 눈길을 사로잡은건, 역시 수영복이었다.

 

그 당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하면 참가자들이 입던 파란색의 수영복만을 생각하던 나에게있어, 골반이 푹 파여 다리가 길어보이는 여성용 원피스 수영복이나, 박스팬티 같은 헐렁한 남성용 수영복이 있다는걸 알려준 드라마이기도 했다.

 

여름철 해수욕장에 가면,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내 백성들을 쳐다보는 왕의 자세로 해변을 살피는 안전요원들이 있다. 그 안전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가 처음 내게 박힌 인상은 "수영복" 이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파멜라 앤더슨도 나오고 뭐 그랬지만, 처음 시즌에 출연한 사람중에는 그저 데이빗 핫셀호프 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유명한 여자배우도 있었겠지만..)

이 드라마를 페러디한 포르노 영화가 나왔을 정도니, 이 드라마의 인기는 아마도 미국내에서 대단했던것 같다.

 

이제 이 드라마가 나한테 한가수를 독립시켜준 얘기를 하자면,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그때.. 나는 라디오에 빠져 있었다. 학교에 있는 시간 말고는 항상 라디오를 켜고 있었다. 중학교때는 애들 몇명이랑 모여 그 주에 가장 인기 있는 10곡을 뽑아 "황인용의 영팝스"에 (영팝스에는 그런 코너가 있었다) 엽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때 모인 우리들의 명칭은 "바른발 클럽" 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예전에 바른손 이라는 팬시 브렌드가 있었다. 유치하게도 그걸 따라한거지만..) 고등학교때는 그냥 듣기만 했다.

 

참고서값을 삥땅쳐서 음반을 구입하던것도 그 시기다.


Peter Cetera 의 음반을 구입할때마다 그는 그저 Chicago 라는 그룹의 보컬이었고, 잠깐 솔로 활동을 하는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인지 Chicago 와 Peter Cetera 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베스트키드" 라는 영화의 주제곡 (Glory Of Love) 을 부르고, 당시 즐겨듣던 Amy Grant 라는 여가수와 "The Next Time I Fall" 라는 듀엣곡을 부르고 (두곡은 한음반에 같이 들어 있다) 할때만 해도 Peter Cetera 는 그저 "전" Chicago 의 보컬이었을 뿐이다.

 

어느날, 목동에 있는 (정확하게는 오목교쪽에 있던) 시장 입구의 음반가게에서 당시로는 최신음반이었던 Peter Cetera 의 "One More Story" 음반을 구입했다. Glory of Love 나 The Next Time I Fall 같은 그낌의 곡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그냥 깔끔한 팝음반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잠시 접어두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제의 드라마 SOS 해상구조대에 Peter Cetera 의 이 노래가 나온것이다.

 

달리기라고는 평생 해본적이 없는듯한 어설픈 폼으로 여자요원이 해변가를 뛰고 있는 장면과 함께 이 One Good Woman 의 전주가 시작되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은데.. 할때 생각이 났다. Peter Cetera.... 좀 뜬금없지만, 그때부터 나는 Chicago 와 Peter Cetera 를 분리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100%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골반이 푹 파여 다리가 길어보이는 그 빨간색 수영복을 입고, 열심히 해변을 뛰던 여자요원보다 내가 아는 노래가 TV에서 나왔다는거에 더 흥분이 되던 그날의 방송이었고 난 그 한장면 때문에, 아직도 이 노래를 더 잘 기억하고 있다.

 

발라드인듯 조용히 시작하다가 한번 휘몰아치는 부분에서는 내가 드럼을 연주 하는듯한 생각도 했었고, Peter Cetera 가 얘기하는 One Good Woman 은 누군가 가사를 해석해 보고 시간을 보내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너는 나를 책처럼 읽을 수 있다" 라는 부분에서는 좀 해석해 놓고 웃기기도 했다.)

 

친구들이나 또 다른사람들에게는 이 노래를 틀어주면서 은근히 "SOS 해상구조대에서 나온 노래 아냐..?" 이런 반응을 기대하기도 했다. 실제 그런 반응이 온적은 없지만.. 뭐 어떠리 난 그냥 이 노래가 좋은걸, 이 노래를 더 좋게 만들어준 그 이름모를 여배우에게도 감사를 해야하는건지.

 

노래만 기억하고 그 여배우의 이름도 찾아보지 않았다는건 좀 미안하기도 하네. 그건 말이지, 아마도 그 여배우가 달리기를 잘 못해서 더 그럴수도 있다. 그 여배우의 연기가 노래를 이기지 못한거라고 그냥 그렇게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 드라마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그런 상상을 해 보는것도 괜찮을듯 하다. 비치패션의 한 여인이 오후 4~5시 사이의 한여름 햇볕을 받으며, 해변가를 거닐고 있는거다. 그 장면을 파라솔 밑에서 시원한 맥주를 먹으면서 내가 바라보는거다. 그때 이 노래가 나온다. 괜찮을것 같다.

 

 

그 여자가 넘어지지만 않는다면.....